“오늘 컨디션이 어때요?”
“어제
브리트니와 밤새 파티를 해서 피곤하네요.”
미국 할리우드 연예계의 ‘파티광’으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과 기자가 나눈 인터넷 채팅의 일부다. 그렇다고 기자가 할리우드를 찾은 것도, 전화나 메신저로 나눈 대화도 아니다.
호주에서 개발된 인터넷 대화 프로그램 ‘마이사이버트윈(MyCyberTwin)’에서 힐튼의 ‘사이버 쌍둥이’와 나눈 대화다. 사이버 쌍둥이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자신의 인공지능 캐릭터로, 성격과 취미가 사용자 본인과 똑같아 실제 인물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세컨드라이프 같은 가상현실 사이트와 비슷한 개념이나, 세컨드라이프는 사용자가 직접 대화내용을 입력해야 하고 사이트에서 빠져나오면 캐릭터 활동이 중단된다.
하지만, 사이버 쌍둥이는 이용자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캐릭터 혼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는 이용자의 정서를 파악하는 심리분석 기법과 대화 상대방의 질문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된다.
호주 렐러번스나우(RelevanceNow)사가 지난달 4일 문을 연 마이사이버트윈에는 8일 현재 1만3532명의 사이버 쌍둥이가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 패리스 힐튼, 부시 미 대통령도 있다. 물론 이들이 직접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아니고, 회사측이 홍보 차원에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이 사이트에 가입한 이용자는 어떨까. 미국에 사는 28세 여성의 사이버 쌍둥이와 대화를 시도했다. 기자가 “스포츠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그렇지 않은 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애매모호하게 반문한다. 대신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직접 사람과 나누는 대화처럼 자연스럽다.
렐러번스나우의 공동 CEO인 존 자코스(John Zakos) 박사는 권위 있는 인공지능 연구자다. 그는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 선호도 등을 분류해 동호회 회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소셜 인텔리전스(social intelligence)’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사이버 쌍둥이를 만들 때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그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개성(personality)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사이버 쌍둥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자코스 박사는 “기존의 인터넷 인맥관리 사이트는 매우 정적인 반면, 마이사이버트윈은 재미와 상호교감을 통해 사람을 알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심리학과 인공지능 로봇의 결합
이용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친근하고 지적인 성격’ 또는 ‘현실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성격’ 등 다섯 가지 개성 중 자신의 성격에 맞는 것을 선택한다. 그 다음엔 ‘성공이란 개념은 당신을 자극하는 유인인가’ 등 이용자의 심리를 파악하는 질문에 답을 한다. 아울러 자신의 신상정보와 일정 등을 입력한다.
이런 기초자료에 근거해 자신의 사이버 쌍둥이가 대화 상대방에게 “이번 토요일에 친구와 영화 보러 가기로 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답을 하게 된다. 사이버 쌍둥이가 사람들과 나눈 대화는 나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개인 블로그나 마이스페이스 같은 다른 인맥관리 사이트에 사이버 쌍둥이를 삽입, 활동하게 만들 수 있다.
컴퓨터가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0년대 미 MIT 조셉 웨이젠바움 박사가 개발한 ‘엘리자(Eliza)’는 상담 심리학자를 흉내 낸 ‘채팅 로봇(chatbot)’ 프로그램이다.
“오늘 우울해요”라고 입력하면 엘리자는 “당신은 우울한 걸 즐기시나요?”라고 반문하는 등, 질문을 살짝 비틀어 대화를 이어나간다.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엘리자의 대화술이 그럴 듯하고, 마치 정말로 가상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마이사이버트윈은 엘리자의 지능을 훨씬 끌어올린 ‘채팅 로봇’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플리크(
www.spleak.com)나 버봇(
www.verbots.com) 같은 채팅로봇 사이트가 있고, MS는 가상의 도우미가 인터넷 검색을 도와주는 ‘미즈 듀이(
www.msdewey.com)’ 사이트를 운영한다. 국내에서도 한때 ‘심심이’ 같은 자동 채팅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들 로봇과 달리 마이사이버트윈은 주인을 그대로 닮도록 훈련 받은 복제 로봇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MIT 테크놀러지 리뷰’는 분석했다. 또 자코스 박사는 “다르 사이트의 대화 로봇이 하나의 형태를 갖추려면 보통 몇 달씩 걸리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며칠 만에 부시 대통령의 사이버 쌍둥이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공동 CEO인 리슬 캐퍼(Liesl Capper) 역시 “개발 과정에서 가상 인격체의 형성 작업이 아주 빠르고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진정한 사이버 대화는 20년 뒤에나 가능할듯
그렇다면 사이버 쌍둥이와 가진 대화는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터넷 검색 로봇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손주찬 박사는 “입력된 문장에서 키워드(핵심 단어)를 찾아내고 미리 입력돼 있는 데이터베이스에서 그에 맞는 내용을 찾아 대화형식으로 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처럼 추론을 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런 채팅 로봇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미국의 사이코프(
www.cyc.com)사에서 개발한 ‘사이크(Cyc)’이다. 사이코프사는 상식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사람이 “가을이 왔다”고 입력하면 “낙엽이 떨어지겠군요”라는 식의 답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손 박사는 “로봇과의 대화 역시 사람이 말한 문장 속의 주제를 로봇이 파악해 사전에 준비된 대화모형을 따라가며 답하는 형태”라며 “사람 두뇌처럼 학습능력을 갖고 대화하는 컴퓨터나 로봇이 나오는 건 20~30년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재미 삼아 대화를 나누거나 간단한 음성인식을 동반한 정보검색이나 안내시스템에는 현 수준의 채팅로봇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손 박사는 덧붙였다.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Turing)은 1950년 이른바 ‘튜링 테스트’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질문자가 컴퓨터와 인간에게 동시에 질문을 던져 답을 받았을 때 어느 것이 컴퓨터의 것이고 어느 것이 인간의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 컴퓨터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마이사이버트윈 같은 채팅 로봇이 튜링이 꿈꾸던 인공지능을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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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잡기]란 타이틀답게 대화하는 사람들하고 스케줄 화면을 함께 보고 일부러 지정해서 보내지 않아도 약속 잡은 사람들 모두에게는 저절로 쪽지가 가는거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약속잡기]보다는 [내 스케줄 관리]에서 [다른사람에게도 알림] 기능을 첨가한 듯한 서비스 같아 조금 아쉽네요. ^^a
(내가 자동 기능 너무 좋아하나..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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